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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성 바오로 피정의 집

괴나리 2013.09.15 00:10



(내 자신을 비워 낼 수 있을까?)


 우리학교 교목실에서는 1년에 1차례 학생 피정이 있다. 교목실에서 여러 행사가 있지만 정말 내 마음속의 무언가를 생각해 보고 깊게 침잠할 수 있는 때는 학생피정때 인것 같았다. 학부생으로써 마지막이 될 것 같은(?) 피정으로써 사실 가기는 귀찮았지만 참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가깝지만 전혀 새로운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계수리 성 바오로 피정의 집이라는 말은 또 내 맘을 설레게 하였다.



 성 바오로 피정의 집은 시흥시 계수동에 위치하고 있다. 옛 시흥군 시절부터 있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신자들은 옛 이름인 계수리라고 자주 부르곤 하여 계수리 성 바오로 피정의 집이라고 종종 불린다. 역곡남부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만 가면 되는 교통도 편리 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인접에 위치한 부천 범박동 뉴타운이나 시흥 신천리, 대야리 아파트 단지 사이에 끼어 있는 형태이고 피정집 앞은 부천과 시흥을 잇는 국도가 있어 차도 많지만 이 성 바오로 피정의 집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평화로워 세상과 격리 당해 있는 것 같았다.


 피정집 입구에서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피정집은 회색 벽돌로 되어 있어 매우 고풍스러워 보인다. 연못은 연꽃으로 뒤덮여 있었고 곳곳에는 바람소리와 풀벌레 소리만이 들렸다. 저번에 가을에 왔을때는 초록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단풍이 울긋불긋 들어 정말 아름다웠던 것이 기억이 났다.





(1인실 방과 강의실 모습)


 방을 배정받고 내 방을 가보니 방은 복도의 가장 끝에 있었다. 방은 정말 소박했는데, 예쁘게 생긴 창 밑에는 1인용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와 책상, 옷장이 있었으며 조그마한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방안은 좁았고 그 안은 침묵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방에 들어오니 핸드폰이 터지지 않았다(...) 아직도 핸드폰이 안터지는 곳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피정을 왔으니 이 핸드폰은 나에게 방해가 될지도..


 강의실로 내려가서 시작전례 전에 교목실 큰수녀님의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다.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것은 이곳은 기도의 기운이 많이 서려 있다는 것이다. 인천교구 신부님들이 사제서품을 받기 전 30일 침묵 대피정을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열심히 애타는 기도를 많이 했던 곳이라고 하셨다. 


 


(3층 소성당 모습)


 시작전례를 하기 위해서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은 다락방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그곳을 바로 성당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이 곳에서 시작전례와 함께 핸드폰을 전부 냈고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대침묵에 들어갔다. 사람들의 말 소리가 없는 피정의 집은 정말 적막이 흘렀다. 사람들의 발소리나 밤벌레 소리, 빗소리 마저도 크게 들리는 것 같은 이곳에서 묵상기도를 드리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참 많은 감각을 무시하고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고해성사와 수녀님과의 면담 이후 성체조배에서 그간 쌓여왔던 모든 것들이 폭발하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시간을 알 수 없었지만 새벽 2시쯤인가 되었을까? 방에서 나와 2층 성당으로 가서 조용히 앉아서 기도를 해보았다. 건물 구조가 좀 미로 같아서 어두운 건물이 좀 무서웠지만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편안해 지는 기분과 편안한 공기가 내 폐로 스며 들었다.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기도로써 결심을 하였다.


 다음날 아침 역시 일어나서 침묵으로 일정을 보냈다. 관상기도 교육과 개인기도 그리고 파견미사를 마친 다음에 대침묵이 풀렸다. 다만 이 침묵을 깬다는게 상당히 아쉬웠다. 더 이곳에서 머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고 하느님과의 대화를 더 즐겼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받은 핸드폰으로 피정집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2층 성당으로 향하는 회랑과 성당 제대)




(성서를 읽고 쓸 수 있는 곳과 창밖을 보며 쉴 수 있는 곳)




(이콘을 보며 기도할 수 있는 말씀방과 말씀방 앞에 있는 격언)



(이 곳 밥은 깔끔하고 맛있기로 소문이 나있다.)




(현관 근처에 조그마한 상이 있는데, 천사들이 입을 막고, 귀도 막고, 눈도 막고 있다. 세상에 시달린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는 세상을 향해 이런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피정의 집 외부 모습과 귀여운 강아지)


학부생으로써 피정은 마지막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여러 일로 인해 아프고 상처입었을 때, 이곳에서 침묵을 지키고 감각을 키우면서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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