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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중(臺中)은 사실 참 멋이 없는 동네이다. 대만에서는 당당히 3번째 도시이고(신베이(新北)시도 있지만 여기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기도를 광역시로 통째로 승격한것이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대만 중부의 중심도시이지만, 이렇다하게 볼것도 없고 심심한 도시이다. 대만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묵었던 타이베이의 호스텔에서 싱가폴 관광객 탐은 '거기 참 재미 없는 도시죠. 공부하시면서 정말 재미없으셨겠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원래 타이중은 아무것도 없었던 동네였지만, 일제의 의해서 1900년대 초부터 정책적으로 발전된 도시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시이름도 타이베이(臺北)와 타이난(臺南)의 중간에 있다고 하여 타이중(臺中)이 되었던 것. 하지만 타이중에는 대학들이 꽤 많기 때문에 나 역시도 이곳에서 공부를 하였고, 그것보다도 겨울이면 매일 비가 내리는 타이베이, 공식적으로 열대기후라 겨울에도 2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타이난이나 가오슝보다 날씨가 매우 좋다는 점에서 살기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학교에서 '고적으로 보는 대만사'라는 과목을 듣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대만 각지의 유적을 통해서 대만의 역사를 배우는 수업이다. 그 수업의 마지막은 타이중에 있는 여러가지 유적을 직접 답사해보는 것이었다. 안갈 수도 있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타이중에 관해 궁금도 하고 여러가지 곳을 다녀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다.


(구 타이중 형무소)


 타이중시 시내에 있는 중국의약대학을 거쳐 도시락과 물건을 싣고(;;) 도착한 곳은 옛날 타이중 형무소 부지였다. 일제시기(1895~1945)에 타이중이 대만 중부의 중심지가 되자 일제는 이곳에 타이중주청을 세우고 그 다음에 형무소를 세워 범법자들을과 독립운동가들을 수용했고, 대만이 중화민국에게 넘어가자 계속 사용되다가 지금은 공원으로 변화가 된 곳이다. 


 처음에 타이중형무소에 간다고 하길래, 나는 우리나라의 서대문형무소공원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지만, 전혀 달랐다. 사실 이곳에 형무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현판과 큰 나무 그리고 약간의 유물만 남아 있었을 뿐 지금은 연못 등을 파고 큰 건물을 지어서 무술을 알려주는 연무장으로 활용중이었다. 우리가 갔었을 때도 제일 큰 연무장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검도를 배우고 있었다. 일본이 식민시기에 세운 형무소터에서 일본의 무술인 검도를 배우는 것이 외국인인 나의 눈에는 사뭇 이상해 보였다.



(타이중 형무소 유물관)



(타이중 형무소 연무장)

 

(형무소에는 이렇게 쉴 수 있는 일본식 건물도 있다;)

 

(형무소와 역사를 함께한 나무)


 타이중 형무소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우펑(霧峰)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우펑은 타이중의 한 구로 이곳에는 타이중의 최남단에 있는 구이다. 사실 이 우펑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인데, 바로 대만에서 가장 위력을 떨쳤던 집안인 대만오가(臺灣五家)중 한 집안인 린가(무봉 임씨, 霧峰林家)가 이곳에서 거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청나라 말기에 돈을 많이 벌어, 일제시대때부터 권력과 유착하여 지금까지도 여러 대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집안이라 친일 집단으로 볼 수도 있으나, 대만에서는 일단 그런 관점이 없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나머지 4가족은 지룽(基隆)의 얀가(기륭 안씨,基隆顏家), 반차오(板橋)의 린가(판교 임씨, 板橋林家), 루깡(鹿港)의 구가(녹항 고씨, 鹿港辜家), 가오슝(高雄)의 천가(고웅 진씨, 高雄陳家)가 있다. 


 우리는 그 중에 우펑린가에서 세운 학교로 향했다. 그냥 평범한 사립고등학교라고 들었지만 이곳에 우리가 가는 이유는 그 안에 린가의 여러 유적들이 남아 있었기 떄문이다.


(린씨 집안 사립학교인 밍타이고등학교, 규모가 정말 ㅎㄷㄷ 했다.)


 차에서 내려서 한적한 시골의 왕복 2차선 도로를 걷다보니 어마어마하게 큰 건물과 현판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갈 밍타이고등학교였다. 밍타이고등학교는 유적지로 인정받은 린씨화원과 바로 붙어 있으며, 린씨집안에서 운영하는 학교이다. 예전에는 실업계고등학교였으나 지금은 인문계반도 있어 종합고등학교로 변모했다고 한다. 










(밍타이고등학교 풍경)


 밍타이고등학교 풍경은 정말 놀라웠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시설에 비해 대만의 학교시설이 좋기는 하지만 거의 풍경 자체가 대학교만 했다.. 이런 풍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부럽다고 느끼는 중에, 가이드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나와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 학교에는 관광과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학교 설명과 린씨화원을 설명해준다고 한다.


(린씨 가문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 여학생)


(학교 설립자 린쉐탕 선생)


(린씨 화원의 중심건물)






(린씨 묘역)



 학교를 조금 지나가자 여러가지 유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곳이 바로 린씨의 정원인 린씨화원이었다. 학교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부러울 지경이었다. 건물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지어 서양식 건물에 전통적인 중국 문화가 섞여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연못이 있었고 가운데에 정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전통적인 중국식 정원의 모습이었다. 물이 들어오는데도 나가는데도 없고 오리가 무지하게 살아서 물은 매우 깨끗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 살았을 린씨 가문 사람들을 느껴보니 부럽기도 하였다. 

 또한 린씨화원 뒤에는 린씨 가문 사람들이 죽으면 묻혀지는 가문 묘지가 있었는데, 맨 가운데에 가장 어르신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여러 군데에 묘가 자리잡힌 것이 눈에 띄었다. 또한 화려한 상이 눈을 끌었다. 

 좋은 것을 구경할 수 있었지만 햇빛은 너무 비쳤고 더웠다. 모두들 조금 지친 상태에서 그늘을 찾아 앉아 있다가 다시 길을 떠났다.


 다시 차를 타고 찾아간 곳은 타이중문화창의산업공원(臺中文化創意產業園區)이다. 왜 갑자기 이런 곳을 찾아가나 하겠지만 이곳은 1916년에 대정제주주식회사라는 술을 만드는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중화민국정부가 대만을 수복하자 대만담배,주류공사에서 계속 이곳을 운영했고 이곳이 타이중공단으로 이사를 간 1998년에 대만 문화부가 이 공장부지를 사들여서 건물은 그대로 두되 그 내부 공간을 개조하여 예술공간으로 만들었다.


(정문)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대만은 참으로 옛날 공간을 잘 활용하여 문화 공간으로 잘 만든다. 그저 우리나라와 같이 다 허물어서 아파트를 만드는것과는 매우 상반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옮겨가는 공장부지를 국가가 사서 그곳을 개조해서 문화공간으로 만든다면 아마 우리도 곳곳에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마침 이곳에는 두가지의 문화행사가 있었는데, 하나는 아주대학에서 직접 실시한 현대 미술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코스프레(;;;;;) 전시회였다. 나는 코스프레 문화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들어갔을 때 좀 충격적이었다. 나보다 더 뚱뚱한 남자가 세일러복을 입고 돌아다니지 않나(....) 그것을 제외하고는 취미생활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코스프레 옷을 입어보는 행사도 했는데, 관심이 없는 분야라 그냥 나왔다. 

 다른 쪽에 있는 미술전시회에 들어갔는데, 옛날의 공장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모던하고 멋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녔다. 전시회를 찍고 싶었지만 못찍게 하더라.)








(미술전시회)


 한가지 주목했던 것은 코스프레 전시회든 이런 현대미술 전시회든 간에 모두 대만 문화부에서 직접 후원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비록 지방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그래도 큰도시긴 하지만..)지만 자치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많은 문화 행사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난툰구의 한 골목이었다. 난툰은 타이중시내와 가까워서 옛 거리가 많이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난툰 옛 거리 안에 있는 사원인 만화궁(萬和宮)이었다. 대만은 도교와 마쭈신앙이 발달되어 있어 이곳 저곳에 사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출퇴근 하다가 장보러 가다가 향 하나 꽂고 기도를 하기도 하고 과자나 사탕같은 물건을 배향하기도 한다. 만화궁은 타이중에서도 꽤 오래된 사원에 속한다고 한다.


(만화궁 정문)


(사실 이날은 종교적으로 중요한 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길 건너편에서 할아버지들이 이 연극을 지켜보았다.)











(주작상)


 만화궁 역시 마쭈여신을 모신 사당이다. 마쭈여신은 원래 바다의 여신이고 원래는 중국 푸젠성이 원류인데, 바다와 밀접한 중국 남부와 홍콩, 마카오, 대만 심지어는 베트남 북부와 오키나와에서도 추앙하고 있는 여신이다. 더운 토요일 오후시간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앞에서 하는 연극을 지켜보고 자유롭게 향도 사르고 절도 하였다. 

 비록 우리가 몰려가서 시끄럽게 되었지만 대만의 사원은 그런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좋았다. 타이중에서 몇 손가락에 꼽는 오래된 사원이지만 그래도 그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원래는 타이중 기차역까지 보고자 하였지만 시간이 없어 그대로 학교로 돌아왔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내가 살고 있었던 타이중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잘 안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던 여행이었다.   



댓글
  • 프로필사진 narang 안녕하세요! 포스팅 정말 좋아요~~ 다음학기에 정의대학교로 교환학생에 가는데 정보가 정말 너무너무 없어서 상심하다가 괴나리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하게 됐어요! 마치 단비같네요ㅎㅎ 관련 포스팅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배울 점이 많아요. 2015.10.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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