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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부터 한국에서 가장 가깝다는 외국에 가보고 싶었다. 

일본에 몇번 가본적이 있지만, 정작 한국의 코 앞에 있다는 섬인 대마도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한번 다녀와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급작스럽게 표와 숙소를 예매했다. 물론, 점점 힘들어지고 매너리즘에 빠져가는 대학원 생활에 대한 싫증은 빨리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것 같다. 


당시 한국에는 '메르스'때문에 시끌시끌한 상태였고, 과연 나는 메르스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러한 것은 여행에 있어서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단, 페이퍼 제출 종료일자인 6월 26일에 맞춰 내자마자 떠나려고 하였지만 숙소가 없는 관계로 3일 정도 늦춰진것은 변수였다. 아마도 한국에서 찾는 관광객에 비해(대마도는 일본에서 넘어오는 관광객은 얼마 없다고 한다.) 숙소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한다.(참고로 11월에도 방문코자 하였지만 이번에는 배자리가 없어서 오키나와로 여행지를 돌려야 했다.)


출발 전날인 28일이 되자. 집안 일을 대충 다 해놓고서 서울역으로 향했다. 대마도로 가는 방법은 아쉽게도 부산에서 배를 타는 방법 밖에 없다. 배도 아침 9시 배였기 때문에 당일 인천에서 출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타고 부산역에 내리니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숙소는 부산국제여객터미널과 가까운 토요코인에 잡았다.




<부산역/토요코인 객실>


도착하고 나서 영주동에 있는 토요코인으로 걸어가면서 어쨌든 부산에 왔으니 돼지국밥이나 먹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거리는 어두컴컴했다. 어떻게 그렇게 연가게가 없는지.. 그 와중에 도착한 토요코인 객실은 1인실로 혼자쓰기에는 적당한 크기였다. 배가 고파서 카운터에 치킨배달을 시킬 수 없냐고 물었더니 주변에 그런 가게가 없다고 하여(;;;) 주변 편의점에서 과자와 라면을 사서 끓여 먹었다. 불을 끄고 누우니 밖은 바다 건너 영도의 불빛이 비치고 있어 야경도 나쁘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영도의 야경>


9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났다.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를 빌려 타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밥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호텔 조식을 먹었다. 호텔 조식은 사실 기대 이하였다. 토요코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식단이 좀 부실하다는 생각이 느껴졌다. 대충 챙겨먹고 7시 30분 쯤에 토요코인을 나섰다. 그래도 이 동네 지리는 조금은 알고 있어서 국제여객터미널까지 가는 길이 멀지는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표를 끊고 출국심사를 마치고 들어가서 기다렸다. 여객 터미널 안은 좁은데 상당히 복잡했다. 좁은 장소에서 후쿠오카, 오사카, 대마도 가는 배가 동시에 출발하다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지금은 새로운 터미널이 개장해서 옮겼다고 한다.) 낚시 가방을 맨 아저씨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분들이 거의 대마도로 향하는 분이었다. 옆에서 들어보니 고기 종류도 많고 손맛도 좋다고 한다. 어떤 아저씨는 어느 낚시꾼을 연예인 만나듯이 악수를 청하더니 나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아마도 유명한 프로조사였던듯 하다. 좁은 면세점에 가서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나눠줄 담배 두보루와 선크림을 사니 승선시간이 되었다. 






<배 표/배 내부/부산항/배에서 아침부터 마신 아사히 맥주>


분명히 한국 회사의 배표를 끊었는데, 타고보니 JR큐슈에서 운영하는 페리였다. 페리는 참으로 깨끗했고 창문 건너편에 있는 부산항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무역항이 이렇게 아름답기는 쉽지 않은데, 날씨가 받혀주니 상당히 좋았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간식 카트가 돌아다니길래, 아침이긴 하지만 아사히 맥주와 물 한병을 샀다. 얼른 일본맥주를 마셔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맥주를 마시며 바다의 모습을 보다가 멀리 그림자 같은게 보였고 그것이 바로 대마도임을 알 수 있었다. 1시간 남짓한 항해시간은 여행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멀리보이는 대마도/ 히타카츠 항에 내리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마도에 내리니 한국과 다른 풍미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어항 같았고, 새로 지었다는 국제여객터미널의 건물과는 약간 부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외의 건물은 2층 이상의 건물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입국 수속을 밟으려 하니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나보다도 한국어를 더 잘해서 잠깐 당황했지만 그래도 여기는 일본이었다. 며칠 뒤에 있다는 '국경마라톤' 행사로 바쁜 이곳은 히타카츠(比田勝)이다. 몇년전까지 6개의 마치(町)로 나누어져 있었다는 대마도에서 우에쓰시마(上対馬)의 중심지인 이곳은 한행정구역의 중심지였던 곳 치고는 너무나 한적한 어촌 마을이다. 한국에서 대마도로 들어가는 두 항만 중 하나가 바로 히타카츠에 있고 그만큼 관광객들이 있지만 너무나 한적하여 조금은 놀랐다.


자전거를 대마도에 오기전에 페이스북으로 빌렸는데, 나를 데리러 온 차가 터미널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곤니찌와. 요로시쿠오네가이시마스. 하고 들어간 차 안에는 인심좋은 아주머니가 웃으며 인사하셨다. 같은 배를 타고 온 아가씨 둘을 더 태우고 도착한 곳은 자전거 대여점이었다. 원래 꽃집(!)이라고 하는 이 곳은 관광객들에게 자전거를 빌려주고 꽃집도 계속 하고 있는 곳이었다. 한쪽에는 꽃과 씨앗이 진열되어 있고 한곳에는 자전거가 진열되어 있는 것이 역시 부조화스러웠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주인 아저씨께 이틀간 전기자전거 대여비용 3,000엔을 지불하고 짐을 맡겼다. 아저씨는 안되는 한국어로 나는 안되는 일본어로 자전거설명과 질문을 하였지만 그런데로 잘 통하는것 같았다. 자전거 타면서 사진도 찍어주기에(아 페이스북에도 올라온다. 대여대장에 사진을 찍을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니 안찍고 싶은 사람은 거기에 체크 안하면 된다.) 사진도 한장 찍고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사진을 찍힌 본인(;;;)/히타카츠 도로 모습/시내에 있던 아베(;;;;) 포스터/니시도마리(西泊) 해수욕장>


빌린 전기자전거는 배터리를 달고 있어 상당히 무거웠고 태양은 매우 강렬히 쬐었다. 전기자전거가 오토바이 같이 가만히 있어도 가는건줄 알았지만 전원을 키면 그냥 추진력을 도와주는 거였다. 6단 일반자전거가 500엔이 쌌는데, 그냥 그것을 빌렸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보면서 북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길은 좁았지만 차가 정말 별로 없어서 상당히 달리기에 편했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긴 하지만 마치 어제 탄 양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어느정도 시원했다. 해안을 끼고 달리는 도로가 끝날 무렵에 도착한 곳은 니시도마리(西泊)라고 하는 곳이었고 마을의 끝에는 조그마한 해수욕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포크레인으로 백사장을 다지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한적한 이곳에서 쉬기에 알맞았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대마도는 90%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풍경은 좋았지만 이곳에서부터 미우라해수욕장까지가는 도로는 지속적으로 산길이었다. 정말로 허벅지가 터지는 줄 알았달까? 하지만 도로 오른 편으로 펼쳐져 있는 바다는 상당히 멋있었다. 아주 맑은 날씨와 푸른 바다와 숲은 잘 어울려서 익어가는 피부와 경사 높은 도로를 달려 땡기는 허벅지는 상관이 없었다.





<자전거 여행 중반까지 함께한 전기자전거/도로 너머 보이는 바다/쓰레기 버리지 말랍니다.>


헉헉 거리며 자전거를 달려 도착한 곳은 노베사키(展埼)라고 하는 곳이었다. 마을이긴 한데 집은 거의 없는 것 같은 이곳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노일전쟁 당시에 일본함대가 러시아함대를 침몰시켜 노일전쟁의 승기를 일본이 가져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전투인 대마도 해전에서 희생당한 러시아 수병들을 추모하는 비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마도 해전비까지 올라가는 길에서의 바다풍경/전몰자 추념비>


지도에는 일본해전기념비라고 쓰여져 있었지만 가까이 가서 본 비는 기념비가 아니라 추념비였다. 대마도해전에서 희생당한 수병들의 이름이 하나씩 새겨진 추념비가 있었고 왼쪽에는 기념비로 보이는 비석이 있었다. 어찌보면 일본과 러시아의 전투이긴 하지만 이 전투에서 러시아가 패함에 따라 대한제국은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갔고 조선의 민중들은 수많은 탄압과 핍박을 받았는 점을 기억한다면 우리와도 역사적으로 연관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자전거를 몰고 내려와 미우다해수욕장으로 내달았다. 






<미우다(三宇田) 해수욕장 풍경>  


노베사키에서 미우다해수욕장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오르막 산길 때문에 정말 고생을 하고 있던 내리막길을 내달리며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차도 없었기 때문에 아 이러다 차가 맞은편에서 오면 그냥 들이 받겠구나 할 정도로 속력을 내면서 내려갔다. 내리막길의 끝에는 미우다해수욕장이 있었다. 아까보았던 니시도마리 해수욕장과 다르게 주차장도 딸려 있고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유명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6년에 일본의 유명 언론에서 일본의 아름다운 풍경 100선을 뽑았는데 그 중 한 곳으로 뽑혔다는 이곳은 해수욕장 치고는 상당히 희한한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얀 백사장 중간에 검정 바위섬이 있던 것. 검정 바위섬 중간에는 조그마한 나무가 자라고 있어 상당히 특이한 모습이었다. 파란바다와 하얀 백사장 중간에 우뚝 선 바위섬은 망망 대해 가운데에 위치한 바위섬을 느끼게 했다. 바위섬 가까이 갔더니 백사장이 젖어 있는 것으로 봐서 간조때는 백사장과 이어지고 만조때는 백사장과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침 갔을 때가 간조때여서 바위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장과 다르게 바위섬은 여기서 버텨온 세월을 이야기 하듯 매우 거칠었다. 한국에서 온 여학생 두명이 바다에 발을 담그며 꺄르르 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바위섬에서 한참 바다를 바라보았다.



<미우다해수욕장 풍경>



미우다 해수욕장에서 나오니 조그마한 푸드트럭이 있었다. 점심때 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아서(원래 여행을 다니면 밥을 잘 안먹기도 하고) 아이스커피를 하나 마셨다. 친절하신 아주머니께서는 잠깐 나가계시다가 내가 가까이 들어오니 들어오셔서 커피를 만들어주셨다.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고요함을 즐기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버스가 한대 들어오고 시끄러워졌다.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말투를 들어보니 마산근처에서 오지 않았나 싶은 관광객들을 뒤로 하고 다시 자전거를 끌고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무엇을 보겠다기 보다는 히타카츠를 한바퀴 돌아보자는 의지였다. 


미우다해수욕장 바로 위에 온천이 있었는데, 정기휴일이어서 들어가지 못했고 이즈미마을로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기어를 잘못넣는 바람에 자전거가 고장나서 피곤해졌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해서 직접 전화를 해서 안되는 일본어를 하니 초반에는 사장님이 못알아들으시다가 결국 알아들으셔서 자전거를 바꿀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재 나는 일어를 학원에서 제대로 배우고 있다.)



<후반을 함께한 자전거/이즈미마을/배는 왜 여기에?>


자전거가 내 덩치에 비해 매우 작아서 자전거에게 미안했다. 지도 한장을 들고 계속 길을 가는 나에게 들어온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매우 더웠고 선크림이 필요없을 만큼 땀을 흘렸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았다. 배가 웬지 모르게 산아래 있는 모습도 있었고 잔잔한 조그마한 어항을 끼고 있는 마을도 괜찮았다. 그러나 여기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은 노인 그리고 자위대원이었다. 한때 7만명까지 살았다는 대마도는 여느시골마을과 같이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후쿠오카나 나카사키, 도쿄로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인구는 3만명 선으로 줄었고 노인들이 많이 남았다고 한다. 또 이 마을 근처에 항공자위대 레이더기지가 있어서 항공자위대원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날씨가 맑은 날 부산이 보인다는 한국전망대에 가려고 하였으나 힘도 떨어지고 관광버스가 계속 왕복 1차선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들어가기가 어려웠고 빨리 히타카츠로 돌아가는것이 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전망대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전망대 정문/터널/풍경>


한국전망대에서 나와 히타카츠로 돌아가는 길은 두개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터널을 자전거로 들어가 본적이 없어서 조금 두려웠지만 들어가보니 별로 무섭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두 터널을 지나는 동안 차가 한대도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가한 산도로를 계속 지나다보니 드디어 소방서도 보이고 민가도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히타카츠로 돌아왔다는 뜻이겠지. 한국인이 잘간다는 대형마트도 있었지만 쇼핑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는 들어가보지 않았다. 3시가 넘어서야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한 나는 짐을 가지고 인심 넉넉한 아줌마가 모는 대여점 차를 타고 숙소로 갈 수 있었다. 니시도마리에 위치한 숙소인 호텔 카미소는 해안 절벽위에 있어서 객실 대부분이 오션뷰인 매우 좋은 호텔이었다.



<호텔 로비에 있는 원두커피 자판기/객실 내부>


 호텔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고 뒤를 보니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원두가 있는 자판기에 100엔을 넣고 돌리면 일정량의 원두가 나오고 이걸 다시 기계에 넣어서 갈고 이걸 다시 기계에서 넣어서 내려먹는 커피가 굉장히 신기했다. 근데 너무 연하게 커피가 나와 다소 실망스러웠다. 또한 내가 묵을 방이 3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조금 더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방 문을 여니 이러한 생각이 이내 사라졌다. 일본풍의 다다미 방의 밖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방도 혼자 보내기에는 매우 넓었다. 알고보니 4인실이라고 하는데 혼자 예약하더라도 방이 여유가 있으면 4인실을 빌려준다고 하니 매우 감격스러웠다. 다만 한가지 맹점이 있다면 공동욕실이라는 건데 3시부터 10시까지 욕탕을 운영한다고 하여 빨리 짐을 정리하고 유카타로 갈아입은 다음 욕탕에 갔다. 아직까지 아무도 쓰지 않았는지 바닥이 말라있었고 욕탕의 물은 매우 깨끗했다. 비록 자외선에 타버린 팔과 얼굴이 따끔따끔하긴 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닌 고생이 절로 풀리는 시간이었다. 욕탕에서 나와 객실에서 30~40분 정도 일본 테레비를 보며 쉬다가 배가 고파서 나왔다. 원래 호텔에서 저녁도 예약하면 나오지만 동네의 다른 음식점을 가고 싶었다.




<히타카츠 풍경>


아까와는 다르게 날씨가 흐려지고 습기담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곧 비가올것 같이 변한 날씨를 보면서 히타카츠 마을로 갔다. 자전거로 지나갔던 길이기 때문에 길이 어둡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길을 자전거와 차로 왔다갔다했다는 사실을 까먹고 걸었는데 상당히 멀게 느껴졌다. 시내까지 걸어가니 30분 정도 걸렸다. 30분을 의도치 않게 걸으면서 도착한 곳은 야보텐(野暮天) 이라는 집이었다. 먼저 와본 형님이 이집 아저씨가 되게 재밌다고 하였고 안부좀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들른 곳이었다.





<식당 야보텐>


밖에는 준비중이라고 씌여 있었지만 인기척이 있어 들어가니 주인 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식당 내부는 상당히 복잡하게 되어 있었고 VJ특공대에 나왔는지 사진도 붙여져 있었다. 사실 돼지갈비와 비슷한 돈쨩이라는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한명이어서 자동적으로 나카사키 짬뽕이 주문에 들어갔다. 곧 문제의 주인 아저씨가 잠이 덜깬 얼굴로 나오셔서 '한국사람?'그러시더니 '어어 잠깐 기다려.'라고 한국말로 하시며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얼마 후에 나카사키 짬뽕을 들고 나오신 아저씨는 나에게 귀찮은듯이 주셨고 생맥주를 시키자 생맥주도 귀찮은듯이 주셨다.


<나카사키 짬뽕과 아사히 생맥주>


나카사키 짬뽕의 맛은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고 맥주가 너무나 맛있었다. 잔도 컸지만 빨리 비웠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아저씨가 앞에 앉아서 '맛있어?' '혼자왔어?' '여자친구는 안왔어?' 등등을 한국말로 물어보셨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하다보니 시간 가는지 모르게 되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은채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대마도의 현재상황, 옛날의 대마도는 어땠는가? 부터 시작해서 한국여배우와 일본여배우 중에 누가 나은가, 일본프로야구팀은 누가 잘하는가 등 별별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었다. 하지원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흠모하신다는 이 아저씨는 일본 어떤 여배우도 하지원을 넘볼 수 없다며 한국에 가서 한번 보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 나중에는 카운터 선반에 있던 술이 무언가 여쭤봤더니 거기에 있는 술을 한종류 한종류 맛보게 해주셨다.. 매우 감사했지만 이아저씨 이러다가 장사는 언제 하시지... 라는 생각이 별안간 들기도 하였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10시가 되었다. 그동안 손님도 하나도 안들어왔길래 망정이지 민폐손님이 될 뻔했던 나를 호텔까지 차로 태워주시겠다며 선뜻 나서셨다. '장사하셔야죠?'라고 하니 '문닫을꺼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열고 닫어~'라고 쿨내나는 답변을 하셨다. 사장님의 배려로 여러가지 술맛도 보고 호텔까지 편하게 오게 되어 매우 감사했다. 이름도 알려드리고 사진도 같이 찍었지만 '여자손님'만 기억하신다는 아저씨의 말에 앞으로 나를 기억하실지는 잘 모르겠다.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비가 슬슬 내리고 있었던 것. 파도도 꽤높았다. 얼마나 많이 오겠나?라는 생각에 자전거 샵으로 가서 다시 자전거를 빌렸다. 비가 온다며 전기자전거 대신 기어자전거를 빌려주시겠다고 하여 흔쾌히 허락하고 어제 가지 못했던 온천으로 갔다. 


<나기사노유(渚の湯) 남탕>


나기사노유는 대마도에 4군데 밖에 없는 온천 중 하나다. 특이하게도 탕 한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바깥을 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온천에 물을 담궈봐야하지 않냐는 생각에 도착한 이곳은 생각지 않게 단촐했다. 관리인 할머니에게 열쇠하나 수건하나 받아서 들어간 욕탕은 마치 동네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오는 온천이어서 그런지 정말 편안하게 바깥을 바라보면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비가 멈출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가 점점 거세게 오고 있었다. 밖에 세워놓은 자전거가 생각난 나는 빨리 목욕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야했다. 


온천까지 하여 비를 맞고 싶지는 않았지만 비가 계속 올것 같았기 때문에(이날 저녁에나 그쳤다.) 자전거를 반납하러 다시 돌아갔다. 비는 점점 거세게 와서 나중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 비를 다맞고 자전거 샵에 가니 사장님이 걱정하며 수건을 건네주셨다. 약 3시간만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자판기에서 뽑은 맥주를 들이키며 오늘 하루가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짜피 날씨가 좋은 것은 포기하고 여행의 목적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여러 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먹는것에 중점을 두지 않았었다. 어짜피 먹을 시간에 하나라도 더 보고 다닌다는 생각에 하루에 한끼만 먹고 돌아다닐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방안에만 틀어박힐것 같아서 내 스스로가 고독한 미식가가 되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점심시간도 되었고 해서 다시 시내로 나갔다. 이번에는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 기사님께 스시 잘하는 곳으로 데려다주세요라고 부탁하니 시내 초입에 있는 '미나토 스시' 앞에 내려주셨다.





<미나토 스시집>


미나토 스시에 들어가자 마자 혼잔데요라고 말하니 카운터 석으로 안내해주었다. 메뉴판을 보면서 시킨 것은 스시와 우동 그리고 고독한 미식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우롱차를 시켰다. 일본치고는 상당히 싼 가격이어서 품질을 의심했지만 바로 앞에서 만드는 스시를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냥 그것만 먹기에는 뭔가 그래서 결국 사케를 한잔 주문하였다. 한잔에 700엔이나 했지만 그래도 여행에서 쓰는 돈은 낭비가 아니다. 일본에 왔으면 사케를 마셔야지.





<스시/우롱차/사케>


주방장이 나와서 따라주는 차가운 사케는 참 색깔이 투명했다. 일본에서는 사케를 따라줄 때 나무 통에 잔을 넣고 넘치게 따라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항상 넘칠때 마다 이야~하는 탄식을 하곤 한다. 물과 다른 사케의 느낌이 강렬하게 와닿기 때문이겠지. 얼마 후에 스시와 우동도 나와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대마도에서 제대로 스시 같은것을 먹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곳에서 이렇게 제대로 된 스시를 먹으니 조금은 감격 스러웠다. 담백한 생선 살과 고슬고슬한 밥알은 매우 잘 어울렸고 목구멍으로 넘긴 다음에 먹는 우동과 우동 국물은 그야말로 궁합이 잘 맞았다. 거기다가 사케를 한모금씩 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식사를 하면서 마시는 우롱차는 시원하기도 했고 식사를 마친다는 신호를 내 몸에 주기에 매우 잘맞았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식당에서 차를 따로 팔지 않을까 생각하며 시원한 우롱차를 마셨다. 식당을 나와서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공판장 같은 곳을 들러서 맥주, 과자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습기 찬 방에서 혼자 눅눅하게 있으니 내가 왜 여기와서 이러고 있지라는 감정도 들었지만 어느정도 해방감도 들었다. 이 공간 안에서는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었다. 물론 한국에 돌아가면 할일이 태산같이 많았지만 그런 것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지금 현재는 너무나도 자유스러운 시공간이었다. 낮부터 들이키는 술을 맛있었고 몸은 나른했다. 눈을 떠보니 한시간 쯤 여유있게 낮잠을 잔것 같았다. 어제와 같이 공동욕장에 가서 내가 혼자 전세낸듯 목욕을 하였고 다시 방안에서 보니 비가 어느정도 그쳐있었다. 다시 걸어서 시내로 나갔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저녁을 먹으러 나갔더니 연식당이 별로 없었다. 제일 큰 식당의 경우에는 예약손님이 꽉차서 오늘은 개별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다소 실망하였다. 번화가(?) 건너편으로 가서 한참 들어가니 웬 주택가 안에 조그마한 밥집이 하나 있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히타카츠 중심가 / 식당 카이칸>


식당에 들어가니 한켠에는 엄마와 아이 둘이 밥을 먹고 있었고 한쪽 벽을 만화책으로 꽉 채운 것이 인상이 깊었다. 여기서는 돈쨩이나 스시같은 것을 팔지 않을걸 알기에 일본에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것을 시켰다. 규동과 야끼만두 그리고 생맥주 하나를 시킨 나는 음식을 기다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주방에서 일하시던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야끼만두는 안된다고 말씀하셔서 '그럼 가라아게 하나 주세요.'라고 말씀 드리니 언제 그랬냐 싶을정도로 빠르게 야끼만두가 다시 된다고 하시길래 그냥 그걸 달라고 하였다. 아무래도 야끼만두를 만드시기에 귀찮았는데, 더 귀찮은 음식을 시키니 안되겠다 싶었나보다. 한국에서는 충분히 기분 나빴을 상황인 것 같은데 여기서는 오히려 그 할머니가 귀엽게 보였다. 여행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도 바꾸는 것 같다. 



<규동과 생맥주/야키만두>


규동이 나왔는데, 예상보다 너무 양이 많아서 놀랐다. 아마도 그 할머니께서는 '규동도 양이 많은데 뭐 이렇게 많이 먹으려고 하나.' 이런 마음에서 야키만두가 안된다고 했지 않았나 싶다. 밥을 막 먹기 시작하니 먼저 엄마랑 같이 밥을 먹고 있던 아이들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곳에서 한국인은 많이 봤을 테니, 한국인이라서 쳐다본 것이 아니라 저렇게 많이 먹나 싶어서 쳐다본 것 같다. 원래 이렇게 많이 먹지는 않은데.... 맛은 그런데로 괜찮았지만 그렇다고 어디가서 추천해줄 만큼 맛이 훌륭하지는 않았다. 어짜피 히타카츠 자체가 너무 작아서 식당 자체가 예상보다 얼마 없으니 한번 쯤은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밥을 먹고 운동도 할겸 산책도 할겸 해서 다시 걸어서 숙소에 돌아왔다. 내일은 이즈하라로 가야 하니, 짐도 싸야했고 혼자만의 시간을 더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즈하라 여행기는 다음편에) 

댓글
  • 프로필사진 파라다이스블로그 참 신기하네요. 사실 일본이라고는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너무 가까워서 친숙하게 느껴지는 섬인데 그래도 이국땅은 이국땅인 것 같습니다^^ 배를 타고 내리니 일본만의 느낌이 완연하네요. 즐거운 여행 되셨기를 바랍니다. 잘 보고 갑니다~^^ 2015.12.28 13: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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